본문 바로가기

이 아카이브에 대하여

Conf Notes라는 이름에 대하여

Conf Notes는 국내외 개발자 컨퍼런스와 학술 세션을 걷는 한 사람의 편지다. 논문 목록을 정리하려는 사이트가 아니고 학회 일정을 다시 나열하려는 사이트도 아니다. 참석했거나 참석하고 싶은 자리에서 본 것과 들은 것, 발표장 밖 복도에서 흘려들은 문장, 개최지 도시에서 남긴 작은 관찰을 노트로 옮겨 적어두는 자리다. 발신인은 한국의 한 도시에 사는 개발자 겸 큐레이터이며 수신인은 언젠가 같은 학회장에 나타날지 모르는 낯선 독자다.

이 자리의 뿌리는 아주 오래된 웹의 한 지점에 닿아 있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 분산 컴퓨팅 그룹이 오랫동안 운영해온 컨퍼런스 검색 도구가 있었고 그 도구는 한 시절의 연구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학회를 찾아 다니던 지도였다. 그 지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한 학교의 서브도메인으로 옮겨갔고 원래의 자리는 한동안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에 다른 형태의 지도를 그려두고 싶었다. 새 지도는 한국어로 쓰이고 논문 랭킹 대신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의 시간을 기록한다.

어떤 자리를 다루는가

다섯 갈래로 자리를 나눠 편지를 정리한다. 첫 번째 갈래는 국내 개발자 컨퍼런스다. DEVIEW, if kakao, AWS Summit Seoul, NAVER DAN, Google Cloud Community Day 서울처럼 한국의 큰 기업이 여는 자리와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여는 세미나 자리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두 번째 갈래는 해외 A급 학술 컨퍼런스다. NeurIPS, ICML, SIGCOMM, PODC, ICALP처럼 랭킹이 높은 자리들이 대상이고 참관 계획을 짜는 방법과 CFP를 읽는 요령까지 함께 담는다. 세 번째 갈래는 세미나와 워크샵 노트다. 오프라인에 갈 수 없는 자리를 유튜브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챙겨 보면서 남기는 관찰이 여기 모인다. 네 번째 갈래는 참관기와 여행이다. 학회장에 도착하기 위해 걷는 도시의 첫인상과 학회가 끝난 뒤 남는 저녁의 한 장면이 이 갈래에 쌓인다. 다섯 번째 갈래는 확장 여행이다. 특정 학회가 열리는 도시의 다른 얼굴을 살펴보거나 학회 시즌이 아닌 시기의 그 도시를 되짚어보는 편지가 이 자리에 들어간다.

편지의 성격

글 한 편은 대체로 짧지 않다. 하나의 학회를 한 편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참관 동선, 세션 선택 기준, 도시의 이동 방법, 쉬는 시간의 대화까지 함께 실린다. 편지 하단에는 이 학회에 관해 자주 물어보는 질문 다섯 개를 자문자답으로 정리해두고 그 다음에는 같은 갈래의 이어 읽을 편지 세 편을 얹어둔다. 그 순서를 지키는 이유는 학회 한 편을 다 읽은 뒤에 실질적인 궁금증이 남기 마련이고 그 궁금증이 풀리고 나면 다음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말투는 편지의 말투를 그대로 쓴다. 존댓말 대신 반말로 적는데 이 말투가 편지 형식과 잘 맞고 학회장에서 만난 사람이 뒤풀이에서 건네는 말과도 닮아 있다. 낯선 독자에게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문장은 짧게 쓰고 판단은 담백하게 남긴다. 학회에 관한 좋은 소감과 아쉬운 소감은 나란히 적는다. 연사의 슬라이드가 유난히 좋았던 이유와 청중석에서 반쯤 졸았던 세션을 함께 기록해두는 것이 편지의 정직함이라고 믿는다.

다루지 않는 것

학회 티켓의 최저가 비교나 프로모션 정보는 다루지 않는다. 그런 정보는 유통 기한이 짧고 편지 형식과 맞지 않는다. 개별 발표자의 사생활이나 학회 조직 내부의 인사 관계도 다루지 않는다. 연사 소개는 공개된 이력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청중석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남기지 않는다. 한 학회를 두 번 방문했을 때 새로 쓰는 편지에는 이전 편지에 대한 링크를 걸어두고 이전 관찰이 뒤집힌 지점을 그대로 밝힌다.

이 자리는 광고를 싣지 않는다. 특정 학회의 홍보 대가를 받고 편지를 쓰는 일이 없고 학회 스폰서 기업의 제품을 추천하는 일도 없다. 참관비를 지원받은 학회는 본문 첫 문단에 지원 사실을 명시한다. 그 명시가 편지의 판단을 무디게 만들지 않기를 바라며 지원받은 학회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을 그대로 적어둔다.

발신자와 아카이브

발신자는 서울에 사는 한 명의 개발자이며 본업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학회 참관은 개인 취미이자 오래된 습관이고 이 자리에 편지를 옮겨 적는 일도 그 연장선이다. 편지는 가끔 몰아서 쓰이고 가끔은 한 달 동안 한 편도 올라오지 않는다. 학회 시즌이 몰리는 봄과 가을에는 편지가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모든 편지는 발송 순서와 상관없이 카테고리 아카이브에서 다시 읽을 수 있게 정리된다. 검색창에 학회 이름이나 도시 이름을 넣으면 관련된 편지가 함께 묶여 나온다. 오래된 편지에는 발송 연도만 남기고 구체적인 날짜는 지운다. 학회의 회차가 바뀌면 이전 편지의 유효성이 흔들리는 부분이 생기고 그 부분을 감춘 채로 두고 싶지 않아서다.

편지 아카이브는 개인 취미의 결과물이지만 방문한 이들에게 유용해지길 바란다. 학회를 처음 가보려는 학생이 어느 자리에 먼저 가면 좋을지 감을 잡기 위해 들르는 자리, 이미 여러 학회를 다녀본 개발자가 옆 갈래의 학회를 살피기 위해 들르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편지를 읽고 자신만의 노트를 시작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이 자리를 열어둔 보람이 있을 것이다. 편지의 어투와 배치가 참고할 만한 참조점이 되고 그 참조점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의 아카이브가 새로 태어난다면 그 편이 더 반갑다.

편지의 리듬

편지의 길이는 대체로 한 편에 3500자에서 4500자 사이를 오간다. 학회 하나가 너무 방대하면 세션 트랙 별로 편지를 나눠 여러 편에 담기도 하고 하루짜리 짧은 세미나는 다른 세미나와 묶어 한 편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그 결정은 참관 뒤의 인상이 얼마나 깊이 남았는지, 편지에 담고 싶은 도시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원칙적으로는 한 학회 한 편이지만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다. 편지 안에는 세션 선택 기준과 그 자리를 지나면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 학회장 근처의 카페와 식당에 관한 짧은 관찰이 함께 실린다. 편지의 리듬은 학회장의 리듬을 그대로 따라간다. 오전 키노트가 무겁게 시작해 오후 트랙이 갈래로 나뉘고 저녁 뒤풀이에서 흩어지는 학회의 하루가 편지의 문단 배치에도 반영된다.

편지의 발행은 대체로 학회가 끝난 뒤 이삼 주 안에 이뤄지지만 때로는 더 늦게 도착하기도 한다. 참관 직후에 곧바로 쓰는 편지는 흥분이 남아 있어 판단이 흔들리기 쉽다. 그런 편지는 며칠 묵혀둔 뒤 다시 손을 대는 편이다. 반대로 학회의 회차가 지나고 다음 회차의 CFP가 열릴 무렵에 이전 회차의 편지를 마무리해두는 일도 있다. 이 리듬은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유지된다.

도시라는 배경

학회를 다닌다는 일은 결국 도시들을 이어 붙이는 일이 된다. 개최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학회의 결이 바뀌고 참관 전후의 여행이 학회의 인상을 좌우한다. 이 아카이브는 학회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학회장 밖의 도시가 서로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NeurIPS와 벤쿠버에서 열린 NeurIPS의 편지가 서로 다른 결로 남는 이유가 그것이다. 서울의 코엑스에서 열린 학회와 판교의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학회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편지는 그 차이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옮긴다. 학회의 세션 트랙 구성보다 개최지의 공기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편지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태도는 참관기와 여행이라는 갈래를 별도로 둔 이유이기도 하다. 학회 세션을 정리한 편지가 있고 그 도시의 저녁을 정리한 편지가 있을 때 두 편은 분리돼 있어도 서로를 참조한다. 편지 하단의 이어 읽을 편지 배치가 종종 이런 참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연락과 제안

학회 정보의 오류를 알려주는 메일은 언제나 환영한다. 편지에 실린 사실 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근거와 함께 알려주면 확인한 뒤 수정한다. 새로 다뤄줬으면 하는 학회 제안도 받고 있다. 다만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참관 편수는 한 해에 그리 많지 않아서 모든 제안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연락은 사이트의 Contact 페이지를 통해 남길 수 있다. 제안이 편지의 주제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그 학회는 발신자의 참관 후보 목록에 남는다. 언젠가 학회 시즌과 참관 일정이 맞물리면 뒤늦게라도 편지가 도착할 수 있다.